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뇌진탕 4일차
    카테고리 없음 2021. 12. 27. 00:32

      군시절 자대 단장님이 입버릇처럼 병사들에게 말했던 말이 있었다.

     

    감사에 감사하라

     

     

    감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는 말이었다. 어떤 책에서 나온 말을 인용하셨던 거였는데 그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그 말처럼 감사에 감사한 하루였다.

     

    어제 잠들기 전만해도 살짝씩 느껴지는 편두통이 있었다. 내가 뇌진탕 후 혹시라도 두통이 있으면 CT를 찍어야겠다고 다짐한 후 그래도 두통은 아예 없었기에 조금이나마 안심하고 있었는데 롤 한판했다고 두통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복잡한 마음에 글을 하나 올렸다.

     

    어지러움 + 약간의 편두통 (보통의 편두통이 지끈지끈이라면 찔끈 정도) 이 두 개의 증상만으로도 나는 출혈로 인해 뇌압이 차고 있는건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에 충분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 밤까지 깨어있는 단 한순간도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보니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거 같다. 지친 마음에 '그래, 죽을 놈은 죽을 것이고 살 놈은 살 것이다' 라고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자보기로 했었다.

     

    아침이 밝았다. 요새 일어나자마자 항상하는 것은 발가락 꼼지락, 손가락 꼼지락, 다양한 표정 지어보기, 주민번호 외워보기다.

    다행히 오늘도 내 사지와 정신은 멀쩡했다. 하지만 아침만 해도 어지러운 증상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두통 역시 남아 있었다. 아침을 먹은 뒤 현실도피를 위해 다시 잠을 잤다. 그리고 이번엔 두통이 사라져있었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집안을 걸었다. 머리를 크게 움직이지 않는 범위에서는 어지럼이 조금 줄었고 내가 인지하던 시야가 넓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은 정말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감사할 수 있음에 감사한거 같다.

     

      뇌진탕의 어지러움은 단순히 어지러운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머리에 재밍이 걸린거처럼 사고가 둔탁해진달까? 내가 주시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도 인지가 늦거나 아예 머리속에서 대상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냥 보이기만 할 뿐 내가 보고있는 것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제일 적절한 표현같다. 잔뜩 술취해서 아무것도 인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신은 맨정신? 그런 느낌.

     

      두피열상을 봉합했던 정형외과가 토요일과 일요일엔 열지 않아서 드레싱이 불가능했다.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이미 다 먹은 상태라 더이상 상처부위에 세균으로부터 보호할 방법이 없었고 아무래도 나는 최대한 깨끗하게 상처가 붙어 머리 땜방이 최소화 되는것을 바랐기 때문에 근처 연중무휴 병원을 찾았다. 역시나 일반외과 드레싱정도는 받을 수 있었고 오늘도 나는 산책겸 그곳에 들러 이 씻지도 못하는 세균덩어리의 머리를 다시한번 소독해줬다. 

     

      스타벅스도 가서 시원하게 캐모마일 릴렉서도 테이크 아웃 해왔다. 만보계 앱으로 보니 5천보 정도 걸었다. 이정도면 출퇴근 걸음수를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뇌진탕 후 증후군에 좋은 것이 바로 이런 일상생활 정도의 활동이라고 하니 안하는것 보단 나은거 같다. (반대로 화면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머리쓰는 활동은 좋지 못하다.)

     

      음... 자야겠다. 갑자기 글을 끝내서 혹시 이글을 보는 분은 당황하겠지만 졸린 신호가 온다. 내일 9시반에 드레싱 예약이 있어서 빨리 자고 일어나야겠다. 내일도 조금은 더 회복돼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