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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진탕 3일차
    주저리주저리 2021. 12. 26. 00:19

      그냥 겁나서 남기는 노트...

     

      지난 수요일, 화장실로 들어가려다 넘어져 변기에 머리를 찧었다. 당황 반 충격 반이었는데, 어째 팔을 쓸 겨를도 없이 머리를 콱 박아버렸네... 충격 직후 들고 있던 폰은 저 멀리 튕겨져 나갔고 내 눈높이는 바닥에 가까웠다. 팔다리는 오히려 크게 다친 곳이 없었고 사실상 난 머리로 가는 충격을 분산시키지 못했다. 대충 추스르는데 스스로 어이가 없었다. 어디에 미끄러진 것도 아녔으며 그냥 발이 꼬였다. 아 물론 길목에 놓인 밥상을 피하려다 꼬였다. 나는 오른쪽 머리가 어떻게 되었음을 단번에 직감했다. 너무 아팠으니까...

     

     

      영화처럼 머리를 손가락으로 콕 찍어봤다. 피였다. 정말 영화같이 피가 묻어나왔고, 뭐 이 정도 아프면 피는 당연하지 하며 휴지로 피나는 부위를 조금씩 찾으며 지혈을 시작했다. 휴지를 20장 썼을까? 피가 멎지를 않았다. 결국 나는 가까운 병원을 가기로 했고 지금 생각하면 조금 위험한데 운전을 해서 갔다. 가까워도 20분 정도는 걸어야 했고 택시를 타도 그 시간이 그 시간이었다.

     

     

      조금 큰 정형외과를 찾았고 X선 촬영을 먼저 한 뒤 의사는 두개골에는 이상 소견이 없으며 우측 두피가 3cm가량 찢어졌으며 바로 봉합해야 한다 했다. 파상풍 예방을 위한 접종 여부를 물었는데 13년도에 군에서 맞은 파상풍 예방접종이 약 8년이 지나 면역력이 애매했기 때문에 파상풍 항체 접종을 했다. 좀 기다리고 있으니 의사가 치료실로 와서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내 머리를 봉합하기 시작했다. 의사는 "좀 따가워요"라고 했는데... 좀 따갑다고? 그 열상 환부를 쥐어뜯는 느낌, 개 아팠다. 

     

      

      이렇게 응급처치는 끝이 났는데.. 사실 머리를 다치면 머리 찢어지는 건 둘째치고 뇌가 걱정이지 봉합이 문제가 아니다. 근데 여기서 아주 골 아픈 문제가 또 있었다. 올해 건강검진으로 관상동맥 CT를 이미 찍었고 연초에 발목에 X선 촬영, 흉통으로 흉부 X선 촬영, 이번 머리 X선 촬영으로 이미 방사선 피폭량은 허용 평균치를 훨씬 넘어섰다... 여기서 또 머리에 CT촬영을 하게 되면 향후 암 발생 확률을 키운다.  암이냐, 신경마비냐.... 우선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병원에 바로 가야 하는 증상은 다음과 같았다.

     

    • 사고 직후 의식을 (1초라도) 잃었다.
    • 몸 일부에 마비 증상이 있다.
    • 경련을 일으켰다.
    • 걸을 때 비틀거리거나 말이 어눌하고 멍 때린다.
    • 구토를 한다.

      우선 이런 중증 증상은 하나도 없었다. 또 하나 스스로 위안 삼자면 난 변기에 빗겨 박았기 때문에 좀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만일 바닥에 박았다면 f=ma에 의해 순간적으로 내 떨어지는 머리의 속력을 0으로 만들어 감속도가 최대가 될 것이고 내 뇌가 받는 힘도 최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난 변기에 머리를 박고도 속력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충격을 덜 받지 않았을까?

     

     

     나는 사흘 치 약을 받았고 하루 세 번 복용해야 했다. 문제는 약을 먹는데 약간 어지러운 느낌이 있었다는 것. 진통제 성분이 좀 그런가 보다 하고 조제된 진통제를 1/4로 줄여 먹었다. (약을 검색해보니 증상에 따라 줄여도 된다 쓰여있더라고..) 그런데도 사흘간 계속 경미한 어지러움이 있었다. 결국 모든 약을 다 먹고 증상을 보기로 했다.

     

     

      망했다.  약을 안 먹는데도 똑같이 어지러웠다. 이 어지러운 걸 표현하자면 과음한 다음날 숙취가 남은 상태의 느낌이었다. 걷는데 지장은 없으나 분명히 숙취 같은 어지러운 느낌이 계속 있다. 특징이라면 한 곳만 바라보면 멀쩡하고 머리가 움직이면 어지럽다. 걱정이 된 나는 뇌졸중, 뇌출혈, 뇌진탕을 검색했다(나는 독거남이고 믿을 건 구글뿐). 검색 결과를 종합하자면, 뇌내 동맥이 터졌다면 난 이미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한다. 그렇다면 외상성 경막하 미세출혈(충격에 의해 뇌와 경막 사이 혈관 파열)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증상은 다음과 같았다.

     

    • 힘이 빠지는 등의 사지의 편측이 마비됨
    • 실어증과 같은 언어장애가 생김
    • 한쪽 눈이 안보이거나 발음이 어눌해짐
    • 멀미하는 것처럼 어지럽거나 심한 두통이 생김

      미세출혈의 경우 사실상 언제 골로 갈지 모른다. 초기 CT 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으며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나 주기적인 CT를 찍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현재 증상을 뇌진탕 후 증후군으로 진단했고 다음 주 수요일 스테이플러 제거한 다음, 그때까지도 증상 완화가 없으면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 후 바로 MRI/MRA 검사를 받아볼 생각이다. 물론 그전에 상당한 두통(보통 편두통처럼 찌르는 느낌이 아니라 압력이 차서 머리 전체가 터질 듯 욱신거린다고 한다)이 온다거나 어떤 하나라도 증상이 추가된다면 CT라도 찍으러 가야겠지.

     

     

    태연히 글을 쓴 거 같지만, 깨어있는 내내 걱정뿐이다. 기도도 많이 하고 부디 정신 멀쩡하게 내년을 맞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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